곡성을 연출했던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반종 감독이 연출한 태국 공포영화 랑종이 여름 극장가를 뒤흔들었습니다. 저도 개봉한 날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썩 유쾌하지는 않은 영화였지만, 공포영화 특유의 오싹함으로 무더위를 날릴 수 있었답니다. 랑종 개봉일은 2021년 7월 14일로, 이 날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마치 동남아 날씨처럼 습해서 제가 태국에 있다가 온건지 잠깐 현실 감각이 사라지기도 했었답니다.
랑종 제목 뜻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이라는 뜻인데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Medium으로, '영매'라고 해석이 되기도 한답니다. 영화의 주인공 '님'의 인터뷰로 영화가 시작이 되는데요. 님은 태국의 북부 이산 지방의 무당으로, 반얀신이라는 조상신을 섬기면서 산 사람들의 영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랑종 등장인물
영화 랑종에는 '님'의 가족들이 주된 등장인물로 나오는데요. '님'의 집안은 대대로 반얀신을 모셔왔는데, 사실은 신내림을 받아야 했지만 '님'에게로 미룬 언니 '노이', 그리고 집안의 어른이자 아들을 둔 아빠이면서도 술과 여색을 즐기는 오빠 '마닛'이 '님'의 형제자매이고요. '님'만큼이나 비중 있게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밍'입니다. '밍'은 언니 '노이'의 딸로, '님'에게는 조카입니다.
다음 신내림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밍'이 점점 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서 영화의 줄거리가 흘러가게 됩니다. '밍'에게 들어간 신이 무당의 길로 안내할 반얀신일까요, 혹은 잡귀일까요? 악, 업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영화 답게, 밍에게는 저주에 의한 지독한 악귀가 씌인 것으로 밝혀지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는 퇴마 의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랑종 빨간색
영화에는 빨간색이 유독 자주 등장하는데요, 빨간색은 태국에서 귀신, 액운을 쫓는 색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빨간색이 자주 등장했고, 우리나라의 부적을 쓰는 색깔이 그렇듯 태국의 랑종들도 귀신, 악운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물건이나 차를 빨간색으로 바꾸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영화에서 또 다른 무당 산티는 '마닛의 차 뒤에 뭐라고 써 있는지 보셨어요?'라고 인터뷰에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차에 붙은 스티커는 '이 차는 빨간색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차를 바꾸거나 도색을 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드니, '이 차는 빨간색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여서 귀신을 속여 쫓아내는 것입니다. 빨간색이 아니지만 빨간색이라고 믿음으로써 악귀를 몰아내는 것인데요. 샨티는 믿음으로 퇴마의식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대답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빨간색 대답은 또다른 의미로, '님'이 본인이 반얀신을 본 적은 없지만 믿는다고 말한 씬이 관련이 될 수 있는데요. 조상신을 본 적 없지만 나는 그 신을 모시고 있다는 믿음으로써 랑종으로 살아왔던 '님'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반얀 신이 나에게 들어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면서 퇴마의식이나 조상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것을 볼 수 있죠. 차가 빨갛다고 믿는것처럼 조상신이 나에게 있고 퇴마의식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면 과연 악귀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었을까요? 영화는 이런 물음을 던지며 끝이 납니다.